[아르떼 칼럼] 횟집에서 떠오른 재즈 한 점

입력 2023-08-13 18:14   수정 2023-08-14 00:09

입맛 없는 여름이 되면 유독 횟집 만남이 잦다. 나는 생선회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썩 내키지는 않지만 다들 좋아라 하니 도리가 없다.

회에 대한 웃지 못할 추억이 하나 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또래 친구들끼리 큰맘 먹고 횟집으로 갔다. 비싼 음식을 당당히 먹어줘야 어른 흉내를 좀 낸다 싶던 때다. 그런데 메뉴판에 적응이 안 됐다. 광어로 먹을까, 우럭을 먹을까 눈치를 보던 중에 한 녀석이 “야, 이 집은 활어 전문이라고 쓰여 있잖아. 활어회로 주세요”라고 외쳤다. 입구에 큼직하게 붙어 있던 글자를 떠올린 게다. 활어(活魚)란 살아 있는 물고기를 뜻한다.
활어회에 얽힌 추억
며칠 전 마을에서 알고 지내는 형님이 횟집에서 연락을 해왔다. 매운탕이나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찾아갔더니 붉은 빛깔을 띤 회 한 접시가 발가벗고 누워 있다. 먹는 시늉이라도 해야겠기에 한 점 짚었는데 어쩐 일인지 맛이 달았다. 부드러우면서 졸깃한 식감에 깊은 맛이 느껴졌다. “대체 무슨 회냐”고 물었더니 ‘도미 선어’란다.

도와 미라니, 이름부터가 장 3도 간격의 온음 두 개다. 선배 왈, 도미라서가 아니라 진짜 맛있는 회는 활어가 아니라 ‘선어’회란다. 바로 잡아 내놓는 게 아니라 저온 숙성해 먹는 걸 말한다. 팔딱대는 물고기를 눈앞에서 뜰채로 건져내야 진짜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일본 사람들도 활어보다 선어를 선호한다고 한다. 선어는 보통 스시(초밥)의 재료로 쓰이는데 그러고 보니 음악에서도 사시미를 노래한 건 못 들어봤어도 스시를 예찬한 건 제법 있다. 재즈에서는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의 ‘스시’라는 곡이 있다.

중간의 피아노 솔로가 경쾌하다. 스시가 이 정도로 날뛸 맛인가 싶기는 한데 안 그래도 오스카 피터슨의 연주는 빠르고 화려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짧은 순간에 많은 음을 휘갈기는 스타일이다. 재즈라는 게 원래의 것을 비트는 변주의 음악이고 변주가 즉흥으로 커지면서 스피드로 발현된다. 이런 공식에 충실한 것이 비밥재즈다. 피터슨은 1940년대 광기의 피아니스트 버드 파웰의 직계를 자처한 인물이다. 그가 일본 여행에서 초밥을 맛보고 좋았다고 하는데 이처럼 뜨거운 연주를 스시에 바친 걸 보면 좋아도 너무 좋았나 보다.

아무튼, 선어 회 예찬을 나누던 형님과 나를 지켜보던 식당 주인이 끼어든다. 식당을 하면서 답답한 점이 많다며 잘 모르는 사람들이 활어회가 아니면 안 먹겠다고 한단다. 그러면서 철 지난 개그를 보탠다. “세상엔 못된 견이 두 마리 있어요. 하나는 선입견이요 하나는 편견이지요. 그걸 다 물리칠 수 있는 견이 바로 백문이 불여일견이고요.”
선입견, 편견 물리쳐야
사람들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처음 인사를 나누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얼핏 선입견을 갖게 될 때가 많다. 서로를 좀 알게 됐을 때 자리가 편하다. 오랜 친구가 좋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바다가 그리워진다. 여건상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음악 하나를 소개해본다. 1959년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의 주제곡 ‘Theme From A Summer Place’다. 이 곡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여자 없는 남자들>에도 등장하는데, 영화음악이자 기악곡으로는 처음으로 1961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영예의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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